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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명(地名) 따라 시간여행 — 구로구(개봉동편)
  • 차도연 기자
  • 등록 2024-09-24
  • 수정 2024-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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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봉동(開峰洞) -⓶

땅이름 이야기

 

개웅산(開雄山, 해발 126m)과 매봉산(梅峰山, 해발 110m)은 개봉동의 이름이 나오게 한 곳인데 개웅산 자락 동쪽으로 개봉2동과 개봉3동이 있고 매봉산 아래부터 동남쪽으로 멀리까지는 개봉1동이다. 그런데 지도를 보면 개웅산과 매봉산 사이에는 개봉1동 일부만이 있을 뿐 오히려 오류1,2동과 수궁동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양 산에서 한 자씩 따서 개봉이라고 지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지만 달리 다른 기록이나 전하는 말이 없어 이를 취할 수밖에 도리가 없다. 

 

개봉지역은 1914년 3월 1일 이전까지 경기도 부평군 수탄면 갈탄(葛灘)으로 불리다가 개봉리로 된 곳이다. 

 

한글학회에서 1966년 발간한 「한국지명총람」에 따르면 ‘가린열은 갈탄이 변하여 된 이름인 듯 하며 옛날에 칡넝쿨 모양으로 물이 끼어 여러 물이 합수하던 여울 근처의 마을이다.’라고 되어 있다. 

 

「서울지명사전」에는 “가린열은 갈탄 혹은 광주물이라고도 했는데 ‘갈라지는 내’라는 뜻이 되기도 하고 이 물을 광주리에 담은 모양이라는 뜻에서 ‘광주물’이라고도 하였다. 또 다른 설은 갈탄봉의 음이 변하여 마을 이름이 되었다고도 하는데, 여러 곳의 물이 합수되는 지점은 경인로와 개봉로가 만나는 곳이다.”라고 나온다. 

 

가린열은 여러 갈래로 갈라진 여울이라 처음에는 갈린 여울로 불렀다가 갈린열 또는 가린여울로, 다시 가린열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갈린열의 갈자에서 칡넝쿨을 연상하여 칡 갈(葛) 자와 여울 탄(灘) 자를 써서 갈탄이 된 것으로 보인다.


▶가린열마을(개봉사거리 주변)

 

여울은 강이나 바다의 바닥이 얕거나 폭이 좁아 물살이 세게 흐르는 곳을 말한다. 강남구 대치동 남쪽 양재천에 한여울이라고 있었다. 한여울은 큰 여울을 말하는 것으로 어린 시절 물이 맑아 헤엄치고 놀았었는데 이때 한여울을 하녈이라고도 불렀던 기억이 난다. 지하철3호선이 개통되면서 대치동 이 근처에 역이 생겼는데 한여울이라는 지명 대신 학이 많이 있었던 여울이라며 학여울이라고 지어 지금은 옛 이름이 사라져버렸다. 이같이 한여울이 하녈이 된 것처럼 갈린여울은 가린열로 불렸을 것이다. 

 

1963년 서울시 편입 이전 개봉리에는 5개의 부락이 있었으며 마을마다 이장이 있었다. 지금의 개봉1동은 잣절마을과 가린열마을, 그리고 덕현(德峴, 덕고개)마을이었고 개봉2동은 천신(天神)마을이었으며 개봉3동은 개웅마을로 불렸다. 이렇듯 개봉지역에는 몇 개의 작은 자연부락들이 광명시로 가는 지금의 개봉사거리 주변을 흘러가던 갈탄 또는 가린열로 불린 하천을 중심으로 작은 동네가 이루어졌다가 점차 도시화 하면서 마을도 커지고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었다. 

 

개봉동 이름의 한 근원인 매봉산은 개봉1동과 양천구 신정동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해발 110m의 야산으로 남부순환로 서쪽에 있다. 남부순환로는 송파구에서 시작해서 강남구, 서초구, 동작구, 관악구, 금천구를 거쳐 구로구를 통과하여 양천구를 지나 강서구의 김포공항까지 연결되는 도로로 1978년에 개통되었으며 폭은 40~50m이고 길이는 36.3㎞에 이른다. 이 남부순환로가 구로구를 지나면서 개봉동 지역을 북쪽은 개봉1동, 남쪽은 개봉2동·개봉3동으로 나누어 놓았을 뿐만 아니라 개봉1동을 동서로 갈라놓았다. 이 도로의 개통으로 차량소통에는 기여를 했지만 개봉1동 주민들은 도로 밑을 뚫어 만든 2개의 굴다리로 불편하게 통행을 했다. 현재는 남부순환도로 평탄화 공사를 하고 있어 주민들의 불편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매봉산의 매는 산(山)을 뜻하는 뫼가 메로 발음 되다가 다시 매가 된 것으로 뫼나 메가 한자로 매(梅), 매(每) 또는 응(鷹, 매 응)으로 변화되었다. 따라서 매, 봉, 산 등 모두가 산의 뜻을 가진 글자이므로 역전앞이란 말에서 앞의 뜻을 두 번 중복해서 쓴 것처럼 산이 세 번씩이나 중복되게 만들어진 경우의 단어이다. 매봉산이나 매봉재는 다 뫼(山)인 것이다.

 

한글학회의 한국지명총람에 매봉에 대해 ‘매를 놓은 산, 봉우리가 매를 닮았다’는 등의 설명이 있다. 또한 한국땅이름큰사전에는 전국에 1,300개 정도의 매봉(응봉), 매봉산(응봉산), 매봉재(응봉현) 등의 땅이름이 수록되어 있다. 서울에만도 응봉(鷹峯)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이 10개나 있다. 

 

이런 점으로 비추어볼 때 매봉이나 매봉산은 뫼에서 변천한 것으로 발음이 비교적 쉽고 의미 전달이 용이한 두 음절이나 세 음절 단어로 정착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잣절마을

 

매봉산 자락인 개봉1동 산2-61번지 일대에 잣절공원이 있다. 이 공원에는 약수터, 배드민턴장, 유아숲체험장을 비롯하여 각종 운동시설과 휠체어도 다닐 수 있는 나무데크길이 조성되어 있어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공원 한쪽에 마봉정(䳸峯亭)이라는 정자가 있는데 그 밑 표지석에는 ‘매봉산은 형세가 참새가 나는 모습으로 봉우리 주변에 참새가 많았다 하여 참새 매(䳸)와 봉우리 봉(峯) 한자를 따서 매봉산이라 불리워져 정자 이름을 매봉정으로 하였다’라고 새겨져 있다. 매(䳸)라고 한 글자는 옥편에 그 음이 ‘마’로 나오며 뜻도 참새의 뜻이 있기는 하나 거의 다 기러기 ‘마’로 쓰인다. 따라서 이를 제대로 쓴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하겠다.

 

▶정자(잣절공원) 


▶매봉정 표지석

 

잣절공원 아래쪽으로 잣절마을이 있는데 옛날에 잣나무가 많았고 절이 있었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라고 하며 한자로는 백사리(柏寺里)라고 썼다. 그러나 절이 있었는지 여부는 확실하지가 않다. 대한불교조계종에 문의해 본 바, 사찰의 존재 유무를 알 수 있는 자료는 없다고 하며 개봉동에서 근 100년 전에 태어나 지금까지 생존해 계신 분도 절을 보지 못했을 뿐더러 위 어른들한테 절을 봤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1970년대 초까지 이곳뿐 아니라 남부순환로를 포함한 주변 일대는 야산 자락의 논밭지대이었다고 한다. 70년대 중반부터 여기에 주택단지가 조성되면서 양송이단지라고 하였고 잣절마을 또는 양송이마을로 불리고 있다. 초기에는 단독주택 단지였으나 최근에는 빌라로 많이 바뀌었다. 매봉초등학교와 개봉중학교 주변 마을로 광산 김씨(光山 金氏)가 집성촌을 이루어 살았다고 한다. 

 

가린열마을

 

경인로의 개봉사거리 일대 경인중학교 주변과 개봉역 주변에는 가린열마을이 있었으며 예전에는 주로 논밭지대로 황씨가 많이 살았다고 한다. 경인로의 북측은 부누꿀, 남쪽은 아랫말이었다. 1960년대 개봉동사무소는 경인중학교 뒤편 살림집의 방 하나를 얻어 사용하였으며 동장과 직원 1명만이 근무했었다고 한다. 

 

개봉사거리 주변을 지나 개봉역 북측 바로 앞에 흐르던 개천을 가린열내깔이라고 하였다. 여러 자료에 보면 가린열의 여울이 내려오다가 개봉역 주변에서 광주리에 물을 퍼 담는 형상을 이룬다고 하여 광주물이라고 했다고 나온다. 그러나 토박이 어르신의 증언에 따르면 광주물은 개봉역 부근의 상우아파트와 한마을아파트 사이쯤 되는 곳이며 광지물로 불렀다고 한다. 넓은 못을 이룬다고 해서 넓을 광(廣)자, 못 지(池)자를 썼던 것으로 보인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경인로 쪽의 개봉역 입구 주변은 야산이었으며 새판재라고 불렸다. 또한 가린열마을 주민들은 지금의 구일역 부근 안양천과 합류되기 직전의 개화천까지 배추를 지게로 지거나 마차에 싣고 가서 씻어왔으며 그만큼 물도 깨끗했었다고 한다. 

 

덕고개마을

 

경인로와 남부순환로 두 도로가 교차하는 지점에 있는 오류인터체인지 서쪽으로 오류1동과 경계를 이루는 곳에 덕현(덕고개)마을이 있었는데 문씨가 많이 살았다고 한다. 남부순환로 밑으로 설치된 큰굴다리 위 덕고개 주변의 마을이다. 일제강점기에 이 마을에서 일본인 ‘안도’라는 사람이 포도밭을 경작했다고 한다. 


▶덕고개(오류인터체인지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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